2018년 11월 23일 한국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삼성전자 대표이사 사장(현 부회장) 김기남이 삼성전자 반도체 및 LCD 공장 피해노동자들과 유족들에게 사과문을 낭독했다. 김사장은 회의장에 참석한 피해당사자들에게 90도로 허리를 굽혀 사죄 인사를 했다. 피해자들은 이에 대해 눈물과 깊은 한숨 그리고 가시지 않은 분노를 보였다. 양측의 악수, 그리고 사죄와 수용의 자리를 마무리하는 협약식 기념사진 촬영이 이어졌다. 곧이어 분쟁의 종결을 알리는 기사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러나 과연 '종결'된 것인가.
11년. 삼성전자 대표로부터 공식적인 사과를 받아내기까지 피해자와 가족들이 투쟁해온 시간이다. 삼성이 반도체 및 LCD 공장 노동자들의 안전을 방치하고 그들이 처한 위험과 죽음을 의도적이고 조직적으로 은폐해온 행위를 세상에 알리는 투쟁은, 급성백혈병으로 세상을 떠난 한 ‘반도체 공장 노동자’의 죽음에서 비롯되었다. 2007년 3월 6일 급성백혈병을 앓던 황유미 씨는 택시기사인 아버지 황상기 씨가 운전하는 택시 안에서 23세의 나이로 숨을 거뒀다. 이 죽음에 대해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고 심지어 사실을 왜곡하려는 회사에 분노한 황씨는 반드시 진실을 밝히겠노라 다짐하고 삼성과의 투쟁을 시작했다.
이 투쟁은 아주 느리게, 그러나 확실히 사람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했다. 또 다른 피해자들이 자신들의 존재를 세상에 알리면서, 혼자였던 싸움은 피해자들 모두의 싸움으로 커져갔다.
살아남은 피해자들과 피해자를 죽음으로 잃은 가족들은 11년 간 많은 거대한 적들과 싸워야만 했다. 삼성은 막강한 권력으로 그들이 저지른 행위를 끊임없이 축소 은폐했고, 노동자를 사측으로부터 보호하고 지원해야하는 근로복지공단은 피해자들의 산업재해신청을 지속적으로 불승인했으며 법원은 피해자들의 소송들을 기각했다. 이런 부당함을 알려야 하는 국내 주요 언론들 대부분은 결코 최대 광고주의 심기를 건드리는 보도는 하지 않았다. 심지어 일부 사람들은 피해자들이 대한민국 경제의 대들보를 감히 흠잡는다며 비난하고 불순단체의 선동이라며 모욕하기까지 했다. 설상가상으로, 2013년에 어렵게 시작된 피해자들과 삼성 간의 협상은 2년도 채 안되어 무산되었고 피해자들 사이에도 균열이 생기고 와해가 일어났다.
하지만 남은 이들은 결코 주저앉지 않고 투쟁을 이어나갔다. 다행히 점점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이들의 목소리가 전해졌고, 공감하고 연대하는 목소리 역시 커져갔다. 작았던 목소리는 이윽고 큰 울림이 되어 삼성의 공식적인 사과와 보상을 이끌어내기에 이르렀다.
‘종결’되었다고 믿는 순간 망각은 시작 된다
신웅재 사진전 [From Sand to Ash : Another Family]
-5월 21일부터 갤러리 류가헌에서
‘종결되었다’. 지난 2018년 11월 23일, ‘삼성 백혈병 문제’, ‘반도체 백혈병 11년 분쟁’이라는 제목의 뉴스 헤드라인들에는 하나같이 ‘종결’이라는 수식이 마침표를 찍었다. 그날 한국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삼성전자 대표이사(김기남, 現 부회장)가 삼성전자 반도체 및 LCD 공장 피해노동자들과 유족들에게 사과문을 낭독했다. 그는 피해당사자들에게 90도로 허리를 굽혀 사죄를 표했다. 피해자들의 울분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이 석연치 않은 상황에도 불구하고, 이후 분쟁의 종결을 알리는 기사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날의 ‘종결’은, 오늘 우리에게 [Another Family]를 보여주는 사진가 신웅재에게는 종결이 아니었다. “모든 것이 해결되었다고 이야기되는 순간, 사람들은 모든 것들을 망각하기 시작한다. 망각은 문제에 대한 사유와 공감, 이에서 비롯되는 행동의 변화를 소멸시킴으로써 사람들로 하여금 똑같은 문제와 비극을 반복하게 만든다. 무엇보다도 문제를 일으킨 가해자는 망각을 촉진하며, 이는 가해자가 지닌 힘에 제곱 비례한다.”(작업 노트 중에서)
‘시작’은 2007년 한 반도체 공장 노동자의 죽음에서 비롯되었다.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던 황유미 씨가 급성백혈병으로 세상을 떠나면서, 삼성이 반도체 및 LCD 공장 노동자들의 안전을 방치하고 그들이 처한 위험과 죽음을 은폐해온 사실이 처음 알려진 것이다. 2019년 2월까지 파악된 바로는 537명이 난치병에 걸렸고 그 중 171명이 사망했다. 투쟁이 이어지면서 삼성이 표방하던 ‘가족’이라는 구호는 기만의 표상으로 바뀌었다. 문제는 대기업 삼성만이 아니었다. 근로복지공단은 피해자들의 산업재해신청을 지속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법원은 소송을 기각했다. 언론은 모른 척 했다. 막강한 권력 앞에 끝없는 무력감과 패배감이 찾아왔지만, 피해자들과 유가족은 포기하지 않았다. 그렇게 11년이 흘렀다.
서울과 뉴욕을 오가며 직업으로 포토저널리즘 사진을, 개인 작업으로 다큐멘터리 사진 프로젝트를 이어가고 있는 신웅재는 2013년부터 그 투쟁의 현장을 쫒았다. 피해자들과의 만남을 지속하며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사진으로 기록했다. 그리고 대다수가 ‘종결’이라고 믿는 2019년 오늘, 삼성전자 반도체 및 LCD 공장 피해노동자들과 가족들의 11년간의 이야기이자 고통과 죽음, 용기와 투쟁, 존엄과 불굴의 정신에 대한 사진 기록인 [Another Family]를 전시와 지면매체로 세상에 내보인다. 모든 것이 해결되었다고 착각하며 망각이 시작된 지금이야말로, 이제까지보다 더 그 사실이 이야기 되고 기억되어야만 하기 때문이다. [Another Family] 역시, 그간의 기록을 마무리 짓는 ‘종결’의 의미가 아니다. 지금이야말로 이 사진들이 자각과 행동을 이끌어내는 어떤 촉매로 작동할 때다.
신웅재의 [Another Family]는, ‘반도체의 궤적’을 쫒고 있는 그의 작업 [From Sand to Ash] 프로젝트의 첫 번째 묶음이다. [From Sand to Ash]는 ‘모래’ 반도체의 주원료인 실리콘, 즉 규소는 이산화규소인 모래에서 얻어진다.
에서 나와 ‘재’(산업폐기물)가 되기까지, 반도체 산업의 또 다른 얼굴 즉 환경파괴와 오염, 자원고갈, 노동착취, 아동노동문제 등 인류 문명에 쏟아내는 폐해들을 르포르타주(Reportage) 방식으로 담아내는 작업이다. 섬 전체가 주석이 풍부해 수백 년간 전 세계 주석의 공급원이었으나 현재는 토양파괴를 넘어 인근해역의 생태계까지 재앙에 가까운 환경문제에 직면한 인도네시아 방카 섬에 관한 르포르타주가 ‘모래’의 일부라면, 아프리카 각지와 유럽국가의 산업폐기물을 처리하는 가나의 수도 아크라 슬럼 지대 사람들의 전자제품 분해 및 소각 현장은 ‘재’에 해당한다. 서울과 뉴욕 등 반도체가 최첨단 기기로 소비되는 대도시의 모습들도 포착했다. 반도체칩이 생산되고 소비되고 폐기되는 전 과정에 걸쳐 일반적으로는 보이지 않지만 명백히 존재하고 발생하는 폐해들을 사진의 힘으로 ‘보여 주는’ 것이다.
더불어 세계 여러 지역을 하나의 ‘현장’으로 넘나들고 있는 젊은 다큐멘터리 사진가의 성큼한 행보를 볼 수 있는 신웅재 사진전 [From Sand to Ash : Another Family]는, 오는 5월 21일부터 갤러리 류가헌에서 열린다.
1)반도체의 주원료인 실리콘, 즉 규소는 이산화규소인 모래에서 얻어진다.
From Sand to Ash: Another Family 작업노트
신웅재
2018년 11월 23일 한국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삼성전자 대표이사 사장(현 부회장) 김기남이 삼성전자 반도체 및 LCD 공장 피해노동자들과 유족들에게 사과문을 낭독했다. 김사장은 회의장에 참석한 피해당사자들에게 90도로 허리를 굽혀 사죄 인사를 했다. 피해자들은 이에 대해 눈물과 깊은 한숨 그리고 가시지 않은 분노를 보였다. 양측의 악수, 그리고 사죄와 수용의 자리를 마무리하는 협약식 기념사진 촬영이 이어졌다. 곧이어 분쟁의 종결을 알리는 기사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러나 과연 '종결'된 것인가.
11년. 삼성전자 대표로부터 공식적인 사과를 받아내기까지 피해자와 가족들이 투쟁해온 시간이다. 삼성이 반도체 및 LCD 공장 노동자들의 안전을 방치하고 그들이 처한 위험과 죽음을 의도적이고 조직적으로 은폐해온 행위를 세상에 알리는 투쟁은, 급성백혈병으로 세상을 떠난 한 ‘반도체 공장 노동자’의 죽음에서 비롯되었다. 2007년 3월 6일 급성백혈병을 앓던 황유미 씨는 택시기사인 아버지 황상기 씨가 운전하는 택시 안에서 23세의 나이로 숨을 거뒀다. 이 죽음에 대해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고 심지어 사실을 왜곡하려는 회사에 분노한 황씨는 반드시 진실을 밝히겠노라 다짐하고 삼성과의 투쟁을 시작했다.
이 투쟁은 아주 느리게, 그러나 확실히 사람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했다. 또 다른 피해자들이 자신들의 존재를 세상에 알리면서, 혼자였던 싸움은 피해자들 모두의 싸움으로 커져갔다.
살아남은 피해자들과 피해자를 죽음으로 잃은 가족들은 11년 간 많은 거대한 적들과 싸워야만 했다. 삼성은 막강한 권력으로 그들이 저지른 행위를 끊임없이 축소 은폐했고, 노동자를 사측으로부터 보호하고 지원해야하는 근로복지공단은 피해자들의 산업재해신청을 지속적으로 불승인했으며 법원은 피해자들의 소송들을 기각했다. 이런 부당함을 알려야 하는 국내 주요 언론들 대부분은 결코 최대 광고주의 심기를 건드리는 보도는 하지 않았다. 심지어 일부 사람들은 피해자들이 대한민국 경제의 대들보를 감히 흠잡는다며 비난하고 불순단체의 선동이라며 모욕하기까지 했다. 설상가상으로, 2013년에 어렵게 시작된 피해자들과 삼성 간의 협상은 2년도 채 안되어 무산되었고 피해자들 사이에도 균열이 생기고 와해가 일어났다.
하지만 남은 이들은 결코 주저앉지 않고 투쟁을 이어나갔다. 다행히 점점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이들의 목소리가 전해졌고, 공감하고 연대하는 목소리 역시 커져갔다. 작았던 목소리는 이윽고 큰 울림이 되어 삼성의 공식적인 사과와 보상을 이끌어내기에 이르렀다.
[Another Family]. 2013년부터 이어온 이 작업은 피해자들의 고통과 죽음, 용기와 투쟁, 존엄과 불굴의 정신에 대한 사진 기록이다. 작업을 시작할 당시의 목표는 단순 명확했다. 피해자들에게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를 특정 ‘프레임’에 치우치지 않으면서 오직 카메라를 통해 직접 목격하고 사진으로 기록할 것, 그 결과물을 가능한 많은 사람들에게 전함으로써 그들의 사유와 행동의 변화를 촉구할 것.
지인 중 한 사람은 충고했다. "왜 이런 작업을 해서 스스로의 경력을 망치려 하는가? 바위에 계란을 던져 봤자 흠집도 못 내고 박살날 뿐이다. 바위는 꿈쩍도 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바위에 계란 노른자건 흰자건 묻히기라도 하고프면 말리지는 않겠다." 이 말에 반박하지 않았다. ‘바위에 계란 던지기’가 맞으니까. 그러나 한 개가 아닌 두세 개, 수십 개, 더 나아가 수백 개, 수천 개를 던지면 그 바위는 계란 범벅이 될 것이다. 그러면 사람들은 계란으로 범벅된 바위를 쳐다보기 시작할 것이고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의문을 가지기 시작할 것이다.
이 작업이 수많은 계란 중 한 개의 역할이라도 제대로 해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하지만, 이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세상이 알게 되었음은 확실하다.
다시 2018년 11월 23일. 사과문 발표와 협약식을 마무리하며 삼성과 피해자들이 단체사진을 찍는다. 이 사진은 공식일정상 '기념사진'으로 불리지만 그 전에 분쟁이 일단락되었고 양측이 협약서에 서명을 하고 악수를 나누었다는 것을 세상에 알리는 증거사진으로서 작동한다. 이 사진이 진정한 '기념사진'이 되기 위해서는 피해자들의 깊은 고통과 수많은 죽음, 이를 세상에 알리기 위해 무소불위의 힘 앞에서도 굴하지 않았던 사람들의 용기와 의지가 잊혀서는 안 된다. 노동자들의 인권과 안전이 보장되어야 하며 이를 무시하는 기업에 대한 무관용적인 처벌이 뒤따라야 한다. 만행을 미연에 막기 위해 철저한 감시가 작동되는 제도 역시 한국사회에 장착되어야 한다. 그때 이 사진은 한국사회가 한걸음 더 진보했음을 ‘기념’ 하는 사진이 될 수 있을 것이며, 시민 각자의 자각과 행동을 이끌어내는 촉매제로서도 작동할 것이다.
모든 것이 해결 되었다고 이야기되는 순간, 사람들은 무엇이 문제였는지, 그로 인해 어떠한 대립과 충돌 그리고 희생이 있었는지, 그것들이 어떻게 해결되었는지 등을 복기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모든 것들을 망각하기 시작한다. 망각은 문제에 대한 사유와 공감, 이에서 비롯되는 행동의 변화를 침식하고 소멸시켜 버림으로써 사람들로 하여금 똑같은 문제와 비극을 반복하게 만든다. 무엇보다도 문제를 일으킨 가해자는 망각을 촉진하며, 이는 가해자가 지닌 힘에 제곱 비례한다.
삼성전자 반도체 및 LCD 공장 피해노동자들과 가족들의 11년간의 이야기는 지금까지보다 더 이야기 되어야하고 기억되어야만 한다. 그것은 우리들 각자의 책무이다. ‘자각하게 하는 것이 우리가 가진 유일한 힘이기에’.*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반올림]이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삼성 전자 반도체, LCD, 계열사 등에서 백혈병, 뇌종양, 유방암, 다발성 경화증 등의 난치병에 걸린 피해자 수는 2019년 2월 28일 기준 537명에 달하며 이 중 171명이 사망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가 피해자들을 위한 보상으로 마련하기로 한 금액은 500억 원이다. 이는 삼성전자의 2017년 영업이익의 0.09%이며 당사가 8시간 동안 벌어들이는 액수다. 납득하기에 충분치 않은 숫자일 수 있으나 우리 스스로가 각성하기에 충분한 숫자다.
*: "To cause awareness is our only strength.” W. Eugene Smith, from Minamata, 1975.
From Sand to Ash: 프로젝트 노트
반도체칩. 일반 대중에게는 컴퓨터의 CPU나 메모리칩의 형태로 널리 알려진 전자 부품은 1960년대 본격적으로 상용화 된 이래 21세기 현재에 이르러서는 PC, TV, 핸드폰 등의 생활가전제품에서부터 클라우딩 컴퓨팅, 인공지능, 증강현실, 자율주행, 금융, 통신 등에 이르기까지 모든 분야에서 증기기관 이래 인류 문명에 새로운 산업 혁명을 이끌어 가고 있다.
비단 산업에서 뿐만이 아니다. 반도체칩의 무한한 가능성과 힘은 중국으로 하여금 "2025년 반도체 굴기"를 선언하게 만들었으며 이에 대해 미국으로 하여금 반도체 연합국을 형성하게 만들어 미-중 간의 반도체 패권 대립구도를 형성하기에 이르렀다. 바야흐로 “반도체칩 전쟁(Chip War)” -출처: 이코노미스트(The Economist), 2018년 12월 1일 -
글로벌 반도체 산업의 한축을 지탱하고 있는 한국이 이러한 트렌드에서 빠질 리 없다. 반도체 메모리칩 전 세계 시장점유율 1위 기업 삼성전자는 “초격차”를 부르짖으며 세계 유수 기업들의 경쟁에서 우위를 유지하기 위해 대규모 투자를 추진하고 있으며, 국내 언론들은 1980년대 반도체 산업 진출이라는 '위대한 용단'을 내리고 세계 최고가 된 '자랑스러운 한국기업'에게 비메모리칩 사업에 투자하고 진출할 것을 연일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떠들썩함 속에서 그 누구에게도 주목받지 못하고 언급조차 되지 않는 사실이 있다. 반도체산업이 착취와 위험, 심지어 죽음조차 철저히 외주화 해온 산업이라는 것을.
머리카락 두께의 5,700분의 1 정도에 불과한 14나노미터 안의 소우주에서 초당 5억 번의 연산(5GHz)이 이루어지는 과정이 우리에게는 전혀 인식되지 않는 만큼이나 반도체 산업이 인류 문명에 쏟아내는 폐해- 환경파괴 및 오염, 자원고갈, 노동착취 등은 세상에 그다지 알려지지 않고 있다.
반도체 칩의 주원료인 실리콘은 미국 아팔란차 산맥에 자리 잡은 거대 기업의 철저한 관리와 정부규정 하에 채취되지만 그 외의 필수 광물인 금, 텅스텐, 주석 등은 "비용절감"이라는 기업들의 금언 아래 주로 제 3세계에서 채취되며 그 과정에는 이권으로 인한 분쟁, 노동착취, 아동노동, 환경 파괴 등이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반도체 칩 생산 과정은 고도의 기술력을 요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생산을 진행하는 노동자들이 어마어마한 수의 독성화학물질을 다뤄야 하는 것은 알려져 있지 않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업과 정부가 노동자들의 안전과 생명을 등한시 했을 때 무슨 비극이 일어나는 가를 우리는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노동자들의 죽음으로 통해 목격했다. 수명이 다한 반도체 칩이 탑재된 전자제품들- 거의 전 세계의 모든 전자제품은 일반 쓰레기처럼 그냥 버려지지 않는다. “전자 쓰레기(e-Waste)”라 불리는 폐기물들은 제 3세계에 '재활용품'으로 수출되어 주로 빈민촌, 쓰레기 폐기장 주변에 형성된 작업장에서 부품단위로 분해 및 분류 수집되어 사용가능한 부품들은 현지 중고시장이나 해외 재활용 전문 기업에 팔려나간다. 이 과정에서 토양오염, 작업자들의 중금속 중독 등으로 인한 건강악화 등은 그 누구도 신경 쓰지 않는다.
지금 가지고 있는 핸드폰을 들여다보기를 바란다. 어마어마한 기술이 집약되어 있는 최첨단 기기 속에는 많은 반도체 칩이 장착되어 있고 그 기계가 각자의 손에 쥐어지기까지에는 상상을 초월하는 착취와 희생이 담겨 있으며 앞으로도 발생할 것이다. 그렇다면 어찌해야하는가? 문제를 인식하고 질문을 던지는 것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본 작업 "From Sand to Ash"는 반도체 칩이 생산되고 소비되고 폐기되는 전 과정에 걸쳐 보이지 않지만 명백히 존재하고 발생하는 폐해들에 대한 르포르타주(Reportage) 작업이다. 반도체 칩 제작에 필요한 광물 채취 과정, 공장에서의 생산 과정, 사용 후 폐기된 이후의 상황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을 기록하고 폭로함으로써 기술문명의 지속 가능한 발전은 과연 가능한 것인지, 이를 위해서 우리는 무엇을 문제 삼고 해결책을 강구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를 이끌어내고 필요한 행동을 촉진하는 것이 이 프로젝트의 목적이다.
신웅재 Shin Woong-jae
서울 태생, 뉴욕 거주
교육 및 경력
2001 고려대학교 언어학 학사 수료
2012 International Center of Photography 다큐멘터리&포토저널리즘 정규과정 수료
2014 27회 에디 아담스 워크샵 Eddie Adams Workshop 선발
2015 뉴욕 타임즈 포트폴리오 리뷰 The New York Times Lens Portfolio Review 선발
2012 세븐 포토 에이전시 VII Photo 뉴욕 오피스 인턴
워싱턴 포스트, 뉴욕 타임즈, 뉴스위크,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 시사인, 유니세프 코리아, GQ 코리아 등에 작업 다수 기고
수상
2017 American Photography 33 CHOSEN
2017 Social Documentary Network Documenting What Matters Honorable Mention
2014 Hillman Foundation Fellowship, New York, USA.
2012 International Center of Photography Director Fellowship, New York, USA
출판
2017 “그날 당신은 어디에 있었는가: 다큐멘터리 사진가 10인이 기록한 탄핵 그리고 기억의 광장 2017-2013” _ 루페
단체전
2017 “그날 당신은 어디에 있었는가”출판 전시회 / 류가헌, 서울
2014 Open Show NYC #11 / The Invisible Art Center, 뉴욕
2013 Sections, Pingyao International Photo Exhibition, 핑야오, 중국
2012 Street Shots/NYC, South Street Seaport Museum by Museum of the City of New York / 뉴욕
2012 OCCUPY! Governor’s Galleries by International Center of Photography, Governors Island, / 뉴욕
2012 MY TRUTH, YOUR TRUTH, 2011-2012 Full-Time Student Exhibition, School of the International Center of Photography / 뉴욕
2012 Occupy Wall Street as Captured by Photojournalists, South Street Seaport Museum by Museum of the City of New York / 뉴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