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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집
2017.12.21 18:16

A Smart 박김형준 사진집

조회 수 1762 추천 수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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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Artist 박김형준
발행인 Publisher (주)더페이퍼
책정보 Book Info 176쪽 | 153x224x20mm | 250g |
가격 Price 15,000원
ISBN 9791195487424
홈페이지 Homepage(A) http://parkkimhyungjoon.com
쇼핑몰 Shopping Mall 1 http://www.kyobobook.co.kr/product/detai...LAG&Kc
쇼핑몰 Shopping Mall 2 http://www.yes24.com/24/Goods/57618822?Acode=101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고 편집을 하고, SNS에 올리기 시작한 것이 벌써 7년째. 처음 사용하게 된 폰은 '스마트'폰이였지만, 폰에 붙어있는 카메라는 그리 스마트하지는 못했다. DSLR / 미러리스에 비해 여러가지 기능이 미치지 못했기 때문. 하지만 그 한계를 명확하게 하니, 오히려 다양한 시도를 해볼 수 있었다. 먼 곳을 선명하게 담지 못하지만, 가까운 곳은 예상보다 잘 담을 수 있었고, 사진의 화질이 그리 좋진 못했지만, SNS에 빠르게 올려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벌써 스마트폰 작업만으로 4번의 개인전을 열었다. 스마트폰 카메라의 기능은 점점 진화하고 있으며, SNS를 포함한 편집 어플리케이션 또한 업그레이드 되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 상황에서 문득 나에게 한가지 질문이 하고 싶어졌다. '왜 스마트폰인가?' 스마트폰을 통해 일상을 조금 더 편하게 관찰하고 담을 수 있었다는 것이 이유라면 이유이지 않을까. 그에 대한 대답은 계속 고민해봐야 할 문제이다. 'A Smart' 사진집은 그동안의 스마트폰 작업을 총정리했다고 볼 수 있겠다. 일상에서 만나는 '생명력'에 대한 시리즈 연작 작업인 'A Wall', 'A Crack', 그리고 단단히 얼어붙은 유리창을 바라보다가 시작하게 된 버스 유리창 작업, 'A Window of A Bus'. 여기까지는 이미 개인전을 통해 공개 된 작업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리고 아직 전시를 통해 발표한 적은 없으나, 가장 많은 작업을 한 내 나름대로의 셀프작업 'Me', 작품 수는 많지 않지만, 꾸준히 작업한 'A Color', 'A Shadow and A Light'까지 사진집에 수록하게 되었다. 이 사진집을 통해 다시 한 번 나에게 질문할 계기가 마련된듯하다. '왜 스마트폰인가?'... 이제 여러분과 함께 'A Smart' 사진집을 열어보고자 한다.
  • ⓒ박김형준
  • ⓒ박김형준
    01_A Wall #016, 2012, Pyeongtaek
  • ⓒ박김형준
    01_A Wall #149, 2012, Pyeongtaek
  • ⓒ박김형준
    02_A Crack #152, 2013, Suwon
  • ⓒ박김형준
    02_A Crack #279, 2014, Suwon
  • ⓒ박김형준
    02_A Crack #452, 2015, Suwon
  • ⓒ박김형준
    03_A Window of A Bus #036, 2013, Suwon
  • ⓒ박김형준
    03_A Window of A Bus #083, 2015, Jeju
  • ⓒ박김형준
    03_A Window of A Bus #088, 2015, Uiwang
  • ⓒ박김형준
    04_Me #045, 2012, Suwon
  • ⓒ박김형준
    04_Me #460, 2014, Seoul
  • ⓒ박김형준
    04_Me #499, 2014, Suwon
  • ⓒ박김형준
    04_Me #617, 2015, Suwon
  • ⓒ박김형준
    05_A Color #103, 2017, Suwon
  • ⓒ박김형준
    06_A Shadow and A Light #005, 201204, Suwon

A Smart
(스마트폰으로 담은 사진으로 엮어낸 사진집)
박김형준 사진집

*저자 박김형준
*펴낸곳 (주)더페이퍼
*총페이지 176p
*ISBN 9791195487424
*가격 15000원


1. 박김형준 작가의 사진집 ‘A Smart’ 가 출간되었습니다.
2. ‘A Smart’라는 이름으로 발간된 이 책자는 2012년 A Wall, 2015년 A Window of A Bus, 2016년 A Crack, 2017년 Me로 이어지는 ‘스마트폰’으로 작업한 사진으로 엮어낸 사진집입니다.
3. 사진집에는 일상에서 만나는 '생명력'에 대한 시리즈 연작 작업인 'A Wall', 'A Crack', 그리고 단단히 얼어붙은 유리창을 바라보다가 시작하게 된 버스 유리창 작업 'A Window of A Bus' 등 이미 개인전을 통해 공개 된 작업 뿐만 아니라, 아직 전시를 통해 발표한 적은 없으나, 가장 많은 작업을 한 셀프작업 'Me', 작품 수는 많지 않지만 꾸준히 작업한 'A Color', 'A Shadow and A Light'까지 수록되어 있다.
4. 보도자료에는 각각의 작업에 대한 작업노트와 작업에 대한 평론글들이 수록되어있습니다.
5. 첨부된 파일은 사진집 표지, A Wall 그리고 A Crack 5장, A Window of A Bus 3장, Me 4장, A Color 1장, A Shadow and A Light 1장, 총 15장의 사진입니다.

왜 스마트폰인가?

박김형준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고 편집을 하고, SNS에 올리기 시작한 것이 벌써 7년째. 처음 사용하게 된 폰은 '스마트'폰이였지만, 폰에 붙어있는 카메라는 그리 스마트하지는 못했다. DSLR / 미러리스에 비해 여러가지 기능이 미치지 못했기 때문. 하지만 그 한계를 명확하게 하니, 오히려 다양한 시도를 해볼 수 있었다. 먼 곳을 선명하게 담지 못하지만, 가까운 곳은 예상보다 잘 담을 수 있었고, 사진의 화질이 그리 좋진 못했지만, SNS에 빠르게 올려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벌써 스마트폰 작업만으로 4번의 개인전을 열었다. 스마트폰 카메라의 기능은 점점 진화하고 있으며, SNS를 포함한 편집 어플리케이션 또한 업그레이드 되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 상황에서 문득 나에게 한가지 질문이 하고 싶어졌다. '왜 스마트폰인가?' 스마트폰을 통해 일상을 조금 더 편하게 관찰하고 담을 수 있었다는 것이 이유라면 이유이지 않을까. 그에 대한 대답은 계속 고민해봐야 할 문제이다. 'A Smart' 사진집은 그동안의 스마트폰 작업을 총정리했다고 볼 수 있겠다. 일상에서 만나는 '생명력'에 대한 시리즈 연작 작업인 'A Wall', 'A Crack', 그리고 단단히 얼어붙은 유리창을 바라보다가 시작하게 된 버스 유리창 작업, 'A Window of A Bus'. 여기까지는 이미 개인전을 통해 공개 된 작업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리고 아직 전시를 통해 발표한 적은 없으나, 가장 많은 작업을 한 내 나름대로의 셀프작업 'Me', 작품 수는 많지 않지만, 꾸준히 작업한 'A Color', 'A Shadow and A Light'까지 사진집에 수록하게 되었다. 이 사진집을 통해 다시 한 번 나에게 질문할 계기가 마련된듯하다. '왜 스마트폰인가?'... 이제 여러분과 함께 'A Smart' 사진집을 열어보고자 한다.
작업노트_ A Wall (2012)

#
동네담벽은 자연이 그려내는 캔버스. 그 자연은 벽에 기대어 조금씩 조금씩 올라, 틈을 통해 조금씩 조금씩 뻗어, 곳곳마다 작은 갤러리를 만들어낸다.

#
'와~ 너도 그 틈 사이로 이렇게 어렵게 나온거니?', '와~ 너도? 너도?' 벽사이로 나온 '생명'들과 대화를 시작한다.
#
"지금 뭘 찍는거유?"
"네~ 저기 풀이요."
"잉? 왜 찍는거유?"
"아. 이뻐서요."
지나가시는 아주머니분께서 고개를 갸우뚱 하시며 지나가신다.
'네. 맞아요. 갸우뚱 하실만 해요.
하지만 이들의 소리를 곧 들으실 것이라 생각해요.'

#
담아내면서. 묘한 흥분이 느껴졌다. 틈 사이로 생명이 나에게로 뛰어나왔던. A Wall 작업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머리속에 가지게 되다. (A Wall, #016)

#
"사진이 외로워요." 라고 한 지인이 말씀하셨다.
"네. 맞아요. 무언가를 향해 조용히 묵묵히 살아내는 모습이 보였어요. 실제로 그렇지는 않겠지만요."라고 대답했다.

#
걷기에 만나게 되는 A Wall의 작은 생명들. 차도 없고, 면허도 없는 나는 당연히 대중교통을 이용하게 된다. 그러다보면 자연스레 걷는 시간이 당연히 많아지게 된다. A Wall은 나의 걷는 시간이 반영된 작업이다.

#
가보지 않은 골목길로 두근반 세근반의 마음으로 들어간다. "오늘은 또 어떤 친구를 만나게 될까?" 하나, 둘 발걸음 옮기다 발견."와우~ 넌 여기서 이렇게 살아내고 있어줘서 고마워."

#
"아이고. 이건 뱀딸기네."
"네. 이쁘게 자라고 있더라구요."
"음. 이건 씀바귀고, 이건 담쟁이고, 민들레고, 강아지풀이고, 아이비고, 쑥이고, 달맞이꽃이고, 국화이고..."
"네네. 저에게 담벼락에서 이쁘게 살고 있는 식물들의 이름을 알려주시더라구요."
"이건 뭐에요?"
"이건. 잡풀이야. 다 뽑아야해."
"네? 하하하." 어머님에게 A Wall 포트폴리오 몇권을 보여드렸더니 저에게 얘기해주신 이야기 옮겨봅니다. :)
#
담벼락은 외부와 내부를 나누며, 내부의 무언가를 보호해주기 위해 만들어졌다. 하지만, 이 담벼락은 외부의 작은 생명이 그 벽으로 인해 바람 등 외부자극을 막아주며, 벽을 통해 더 많은 물을 흡수할 수 있도록 해준다.

#
동네담벼락을 통해 시간을 바라보다.
평론글_A wall (2012)

김양

박김형준은 꽤 오랫동안 사람을 찍어왔다. 20대 중반부터 사회단체에서 자원활동을 한 이래로 그는 ‘인간人間’을 사진에 담아왔다. 두리반 난장에서, 포이동 골목길에서 그는 신문 한 켠에, 혹은 트위터의 140자 내에 ‘소식’으로 오르내리는 희로애락의 주체들, 사람의 모습을 마주해왔다. 그런 그의 사진들은 우리에게 르포르타주가 갖는 ‘찰나’보다는 오래 숙성된 장맛과 같은 슬픔과 기쁨을, 그리고 어떤 문자로도 포섭되지 않는 ‘살아있는 존재들’의 ‘질감’을 드러냈다.
사람을 사진에 담는 일과 사람들에게 사진을 가르치는 일로 점철된 그의 일상에서 틈틈이 사진기에 담아온 내밀한 존재들을 이번에 내놓았다. 그것은 사람과 부대끼는 무수한 ‘사이(間)’의 순간, 아무런 약속도 없이 의도도 없이 그의 걸음 폭 속에 들어온 존재들이고, 그 다음에는 자신도 모르게 내밀한 기대를 품도록 만들었던 무수히 자잘한 사건들이다. 그는 이 사건들의 진술서에 ‘A wall’이라는 제목을 달았다.
그러나, 이 벽들은 우리가 마주하는 벽, 혹은 우리를 가로막는 벽이 아니다. 고개 돌리지 않으면 의식하지도 못할 벽, 어릴 적 손톱 밑이 까매지도록 드르륵 손끝으로 훑었던 벽이다. - 왜 모든 아이들은 손 끝으로 벽을 훑고 다니는 것일까? 그것은 우리에게 잊혀져 버린 하나의 원상(原像)적 행위일까?- 막다른 골목에 잘못 들지 않는 한,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그저 곁에서 무심히 나를 따라오는 벽이다. 그 곳에 이끼가 자라고, 이름 없는 풀이 자라고, 어쩌다 기적처럼 꽃이 달리더라도 그 벽은 한 번도 나에게 말을 걸어오지 않는다. 거기에는 “내가 여기 있다”고 노래하지도, 아우성치지도 않는 존재들. 뱀딸기, 씀바귀, 담쟁이, 달맞이꽃, 애기똥풀과 같은 존재들이 있다. 한 번이라도 제 이름이 불려질 기회가 주어질까 말까 하는 존재들, 때로는 있는 이름마저-그래서 존재마저- 잊혀져 버리는 것들이다. 새삼 더러울 것도 없는 좁은 골목길에 앉아 담배를 피우는 할머니의 등짝처럼, 새삼 외로울 것도 없이 터벅터벅 혼자 집으로 향하는 어린 아이의 책가방 맨 뒷모습처럼 그저 매일 지나쳐버리는 모습들이다.
언뜻 보면 그의 사진은 빛 바랜 편지지 같다. 아니, 켜켜이 쌓인 시간들과 생명들이 소리도 없이 저들만의 언어로 서로를 위로하며 엉겨있는 풍경은 그 자체로 하나의 편지다. 그것들은 매정하고 강퍅한 인공물 틈 사이로 솟아나온 생명력에 감탄할 것도 없다는 듯, 강렬한 ‘찰나’가 되기를 거부한 채, 그냥 그 존재에 말을 건네고 싶은, 그 외로움에 조율되고 싶은 하나의 탈색된 편지로 사건화 된다. 그저 매끈해 보이는 삶의 표면에서 균열을 들여다 보라고, 거기에 엉겨 붙은 생명과 시간을 더듬어보라고 말을 건네는 걸까. 밀담(密談)을 말없이 기다리는 노란 백열등 같은 조명으로 그는 벽을, 존재를, 사건을 비춘다.

*김양은 디자인잡지와 편집디자인 회사에서 글쟁이로 일해왔다. 지금은 자기가 쓰고 싶은 글을 위해 철학과 미술 및 시각매체에 관해 공부하고 있다. ---
평론글_ A Crack (2016)
틈, 존재의 숨구멍


서중원, 미술이론

박김형준 작가의 이번 [A Crack_틈] 전시는 지난 2012년에 있었던 [A Wall_벽] 전시의 연장선상에 있다. ‘담벼락에 생명을 담다’ 라는 부제가 걸려있던 지난 작업들은 별다를 것 없는 골목의 낡고 익숙한 담벼락의 얼굴을 ‘뜻밖의 조형미’로 재해석해 낸 서정적인 작업이었다. 낡음 그 자체가 가지는 시간성을 벽면의 윤색되거나 덧칠된 색감과 질감으로 포착해 내면서도 그것의 예쁘장함을 살릴 수 있다는 것은, 일상, 그것도 주로 스쳐지나가는 배경에 불과했던 벽을 새롭게 볼 수 있는 신선한 자극으로 다가왔다. 그것은 ‘순간(瞬間)’의 이름으로 시간과 공간을 절취해 내는, 사진 특유의 절묘한, 컷의 미학에 힘입은 바이기도 했다.
당장 팬시 디자인에 적용이 된다 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의 매무새는, 그러나 본디 도시 개발과 젠트리피케이션 문제에 관한 기록 작업을 해오던 작가의 ‘낡고 스러져 가는 것들’에 대한 애련의 산물로 본다면 결코 가볍지 않은 무게감을 더하는 것이었다. 특히 벽이라는 사물의 목적, 따라서 처음에는 꽤 견고하고 완강했을 저마다의 만듦새에, 시간이 남기는 필연적인 균열을 파고든 풀 한 포기를 마치 엠보싱 효과처럼 포인트로 배치시키는 방법은, 허물어지는 사물의 시간이 잉태한 한 생명의 발아 과정을 조심스럽고 대견스레 마주하는 것과 같은 나름의 드라마틱한 구성력을 발휘하기도 했다.

“어떨 때 사진 찍으면서는 이런 생각도 들더라구요. 우리가 보기에 저 벽은 풀이 자라기에 적절치 않은 공간 같지만, 저기서 자라는 풀은 저 벽 때문에 바람도 피하고 저 벽에 스며든 빗물로 목을 축이고 저 벽이 받아내는 볕의 온기로 살아가고 있는 게 아닐까...”

역설적이게도 일련의 벽이 보여주는 생명력은 벽에 드리워진 크고 작은 시간의 균열들, 즉 틈에서 새어나온다. 날마다 죽어가는 과정이 곧 살아가는 것인 사람의 인생처럼, 벽은 균열로 허물어지면서 동시에 그 균열로 품은 생명을 밀어 올린다. 그럼으로써 살아간다.

그러므로, 지난 <벽 A Wall> 작업이 <틈 A Crack>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더구나 이것은 점선으로 이어진 잠재태가 아니라 명확한 직선으로 그어진 계보 위의 작업이다. 마치 형제임을 증명이라도 하듯, 전작들과 유사한 형태, 유사한 구도는 반복된다. 다만 이제 그 시선은 수직의 벽면에서 수평의 바닥으로 내려와 방사형으로 퍼져나간다. 그러면서 전작들의 고요는 더러의 위트와 긴장감으로 확장되기도 한다. 소재와 구도는 반복되고 있지만 내부의 스토리텔링이 훨씬 다양해졌다는 뜻이다. 그 까닭을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틈 A Crack>의 쾌거는 질감의 적극성이다. 전작에서처럼 색감은 여전히 중요한 구성 원리로 채택되고 있지만, 거칠고, 울퉁불퉁하고, 깨지거나 덧대어지고, 심지어 보도블록처럼 동일한 운율로 반복되는 기계적인 요철일지라도 가감 없이 드러내면서 작가는 사건의 표면에 보다 입체감을 부여하기 시작한다. 자, 여기서 사건이란 무엇인가? 틈이다. 벌어져 사이가 난 자리. 이것은 전에는 없던 ‘제3의 공간’의 출현이다. 이 우주적 사건이 벌어지는 장소로서의 표면이 전작에서는 벽이었고, 그것은 대개 2차원적인 평면의 역할에 머무르고자 했다. 전작들이 벽지나 센티멘탈한 편지지 느낌이 난다는 평을 들었던 것은 이와 무관하지 않다. 그때의 거의 평면에 가까웠던 표면에서는, 벌어진 사건, 즉 틈이란 정확히는 균열의 흔적으로서의 금, 그러니까 주로 선(線)으로 포착되는 것이어서, 거기에는 아직 부피나 깊이의 공간감이 부여되지 않았다. 그런데 이제 다양한 질감이 더해지면서 표면은 자체의 부피와 깊이를 가지게 된다. 이 부피와 깊이는 중요하다. 사건의 표면이 훨씬 복잡하고 현실성을 띠면서 사건 자체에 어떤 능동성, 또는 의지라 부를 만한 것이 개입하기 때문이다. 즉 우리는 두껍고 투박하고 고르지 않은 표면이 갈라지는 힘의 진원지를 상상하게 된다. 전작에서 그것은 시간이었다. [A Wall_벽] 연작들에서 틈은 시간이 부여하는 낡음의 흔적으로 수동적으로 기다려서 획득할 수 있는 종류의 것이었다. 그런데 [A Crack_틈]에 이르면 그 힘은, 시멘트와 아스팔트 혹은 보도블럭이라는 인위의 살갗이 터진 자리로, 빼꼼히 머리를 내밀고 올라오는 어떤 존재들의 것이다. 때문에 전작들에서 사건의 표면과 제법 조화를 이루고 있던 풀들은 이번 연작들에서는 그 표면과 흡사 대결을 하는 듯한 구도를 띠기도 한다.
여기서 풀은 더 이상 감상을 위한 수동적 배열물이 아니다. 의지의 주체로서 확실한 발언권을 자기 쪽으로 끌어당긴다. 그렇기 때문에 화면은 풀이 막 틈을 비집고 올라오는 듯한 팽팽한 긴장감이나, 틈을 비집고 올라왔으나 주변의 유리 파편에 의해 댕강 목이 날아갈지 모를 위태함이나, 요령 좋게도 아지트 같은 곳에 숨어서 한가로이 “나 여기서 살고 있어~”라고 말하는 듯한 위트로 넘실댄다. 이는 어쩌면 지나치게 문학적인 상상에 기댄, 풍유법적 해석일지 모르겠다. 그렇지만 따지고 보면 이것은 도심 속 풀의 생태 그대로의 기록이기도 하며, 그런 점에서 이번 연작들은 엄연한 존재에 대한 역설을 품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작가는 지나가는 말로 말했다. 찍은 풀의, 하필 그림자가 마음에 든다고.
대저 그림자란 무엇인가? 태양 아래 모든 존재가 가지는 자기 증명서와 같은 것이다. 그러나 이번 [A Crack_틈] 연작에서 존재는 아직 큰 그림자를 갖지 못했다. 표면은 여전히 견고하고 완강한 이 세계의 일각이다. 존재에겐 보다 너른 틈이 필요하다. 전에는 없던 우주적 열림으로서의 틈, 존재의 숨구멍.
작업노트_A Window of A Bus(2015)

1.
두번째로 선보이는 '스마트폰-일상시리즈' 작업이 되었다. 'A Wall' 작업 이후 3년만이다. 그동안 일상작업을 담던 스마트폰은 한차례 업그레이드되었다. 사진사이즈가 약간 커졌고, 몇가지 기능도 추가되었다. 그런데 내 사진 작업은 업그레이드되었나?

2.
이번 작업의 영어 제목은 'A Window of A Bus'이다. '버스 창문'. 사진 작업을 하기 위해, 사진교육을 하기 위해 가장 많이 이용하는 나의 대중교통수단은 바로 '버스'이다. 집인 수원을 출발해, 서울, 의왕, 안양, 안산, 안성, 연천 등을 돌아 다시 수원으로 돌아오는 길. 멍하니 창을 바라보다, 정신이 번쩍! 하루 24시간 중 두세시간을 타고 다니는 ‘버스 창문’을 담아보고 싶었다.

3.
내가 담아 낸 건 과연 무엇일까? 사진가로 시작해서 다섯개의 레이어인 카메라, 버스안의 공기, 창문, 창 바깥의 얼룩, 그리고 마지막인 바깥 세상. 지금 내가 보고 있는 건, 중첩되어 변형된 이미지이다.
(사진가) - 카메라 / 버스안의공기 / 창문 / 창바깥의 얼룩 / 바깥세상

4.
그렇다면 나는 여기 서있는 당신에게 무엇을 보여주고 싶은 것일까? 100여개의 'A Window of A Bus' 작업 중 내가 가장 많이 '투영'된 작업을 골라보았다. 내가 버스에 앉아 멍하게 밖을 바라보다가, 스마트폰 카메라를 꺼내 담고 싶었던 바로 그 마음. 그리고 그 마음과 동기화된 이미지를.
자! 그럼, 순간이동해보자. 버스에 앉아, 멍하니 창문을 바라보고 있던 때로.
평론글_A Window of A Bus(2015)

“일상을, 투영하다.”

김소형

무미건조한 도시의 낯을 드러내는 버스 안, 박김형준은 버스창을 중심으로 ‘다르게’ 보이는 것을 발견하고 기록한다.
우리가 매일같이 타는 버스, 매일같이 보는 창문에서 그가 다르게 본 건 무엇일까? 누군가 창에 쓴 수증기 글씨, 그 위에 맺힌 빗방울, 빗방울 바깥의 얼룩, 그리고 창 너머의 세상. 그가 다르게 본 건, 아니 그가 정확히 감지한 건 이 모두가 ‘함께 존재하고 있음’에 대한 것이다. 그가 밝히고 있듯이 이번 그의 전시 <투영>은 하나의 사진에 드러나지 않은 다섯 개의 매개체에 관한 관찰 작업이다. 그리고 그 매개체는 관찰하는 사람으로 시작해서 카메라-버스 안의 공기-창문-창 바깥의 얼룩-그리고 세상이라는 다섯 개의 레이어가 되어 하나의 사진으로 담긴다. 즉, 사진 한 장으로 표상되지만 거기에 드러나지 않은 존재들을 이번에는 ‘새롭게’ 발견해낸다. 이렇게 박김형준의 작업은 일상을 다르게 보는 것으로 출발해 새롭게 보는 것으로 이어진다.
그의 작업 <투영>에는 창문 너머 도시의 숨겨져 있던 모습들이 기록돼 있다. 푸르스름한 먼지, 그 너머로 보이는 찌그러진 달의 형상, 도로 위 자동차의 빨간 전조등, 창문의 얼룩사이로 올라오는 태양, 아파트 숲의 그림자……. 기실 이러한 도시의 풍경은 어쩌면 우리네 일상에서 수 없이 봐온, 유난스럽지 않은 도시의 모습들이다. 단 익숙한 풍경들로서 말이다. 하지만 관찰자 박김형준은 익숙하게 봐온 그 모습을 다르게 담아내어 우리에게 사진으로 드러내주고 있다.
그러나 여기서 무엇보다 중요한 건 그가 작품들을 표현해내고 있는 방식일 것이다. 그는 창문 바깥의 빛이 창문의 빗방울과 만났을 때 번진 빛의 왜곡, 수증기로 얼어버린 창문 바깥에서 느껴진 햇살의 재전유, 흔들린 가로등 등불의 변형을 표현해내고 있다. 그리고 이때 사진가 박김형준은 일상을 새롭게 감각한다. 뭉개지고 흐려진 레이어들의 변주는 그의 작품 전체를 관통하고 있으며, 사실 이러한 그의 표현 방식은 작품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은밀하게 전달해주고 있는 또 다른 장치인 것이다. 미셸 드 세르토 (Michel de Certeau)는 <일상생활의 실천>에서 “인간은 일상적인 차원에서 재전유, 왜곡, 변형, 재가공하면서 자신의 삶을 만들어 간다.” 고 한다. 박김형준은 세르토의 그것처럼 사진으로 일상을 다르게 담아내고 새롭게 표현하며 자신의 작품을 만들어 가고 있다. 나아가 그의 작업 <투영>은 이 순간에도 보이지 않은 존재들이 함께 존재하고 있음을 드러낸다. 무미건조한 도시와 익숙한 일상 속에 사실 여러 존재들이 내 앞에 함께하고 있음에 대해서 말이다.
박김형준의 전시를 보고난 후, 그는 우리가 무엇과 함께하고 있으며 세상을 어떻게 투영해 볼 건지 물어볼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에서 말해주겠다고 그에게 대답해주게 될 것이다.

김소형 : 문화사회연구소 연구원
평론글_Me(2017)

“그림자(shadow)와 반영(reflection)을 통해 본
박김형준(Me)의 페르소나(persona)”


김소형

아무래도 [Me] 작품의 작가인 박김형준의 이야기를 먼저 들어보는 것이 좋겠다. “우선 저는 제 실제 모습을 그리 좋아하지 않아요. 제 얼굴이 직접 나온 식 말이죠. 대신 제가 반영되거나 그림자로 나오는 모습은 담기를 좋아합니다. 왜냐면 그건 다른 ‘나’니까요. 그리고 제 모습이 직접적으로 보이진 않으니까요. 단순한 ‘나’이지만, 빛에 의해, 반영대상을 통해, 다른 대상에 의해, 다양하게 보인 ‘나’를 담고 싶어졌습니다.”
있는 그대로를 재현했던 회화의 임무가 끝난 것처럼 박김형준의 [Me] 사진작품 역시 더 이상 있는 그대로 작가 자신을 재현할 임무가 없음을 보여주고 있다. 가령 그림자(shadow) 연작에서 작가는 태양처럼 빛을 내뿜기도 하고 빨랫줄에 걸려 있기도 하며 또는 나뭇가지의 뿔을 가진 모습으로 존재한다. 대상물에 의한 반영(reflection) 연작에서도 마찬가지로 작가는 갈라진 틈새 사이에 작게 서 있고, 연못 안 물고기를 바라보기도 하며, 구름이 있는 하늘과 함께 있다. 이처럼 작가(Me)의 작품은 고정된 자신의 모습이 아닌 우리 주변에 있는 대상과의 관계 속에서 자신을 표현하고 있으며 동시에 작가의 의도에 따라 자신의 모습이 얼마든지 변형 가능함을 드러낸다.
그렇다면 우리는 박김형준의 [Me] 작품들을 통해 무엇을 읽을 수 있을까? 해석이 수신자의 몫이라면 나는 그의 작품을 통해 박김형준의 페르소나(persona)를 읽어 보고자 한다. 연극배우가 사용하는 탈을 의미했던 페르소나는 인간이 상황과 타자에 따라 다르게 쓰는 일종의 외적 가면이다. 즉 어느 공간에 서 있는지 어떤 사람과 관계하고 있는지에 따라 한 인간은 여러 개의 페르소나를 갖고 있는 것이다. 이를테면 작가의 그림자 469번 작품 같은 경우, 빨래집개 그림자가 박김형준의 양쪽 귀 옆에 배치가 되고 꽃으로 추정되는 그림자가 그의 머리 위에 배치됨으로써 재미난 느낌을 주는데 이때 그는 ‘재미있는 나’로 자신의 페르소나를 쓰고 있다. 우리는 그가 그러한 페르소나를 쓴 여러 이유를 추측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그 날의 기분과 그 공간이 주는 느낌 등등. 그러나 여기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작가의 [Me] 작품을 통해 우리가 여러 개의 페르소나를 쓴 박김형준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 아닐까 싶다.
이렇듯 사진작가 박김형준의 말처럼 우리는 다양한 ‘박김형준’을 그의 [Me] 작품 전반에 걸쳐 들여다보고자 한다. 드넓은 갈대밭에 누워있고 길 위에 거대하게 커진 자신의 그림자 앞에서 그의 욕망이 어디를 향하고, 누구를 향하는지에 따라 변하는 그의 페르소나와 함께 말이다.

김소형 : 문화사회연구소 연구원
/ 박김형준 작가를 처음 본 게 벌써 7년 전 일이란 사실에 놀랐다. [A window of A bus] 작품에 이어 [Me] 작품의 글을 쓰게 됐다.
박김형준 작가소개

- 상명대학교 문화예술대학원 디지털이미지학과 석사과정 졸업
- 상명대학교 일반대학원 디지털이미지학과 박사과정 수료
- 내셔널지오그래픽 사진아카데미 스마트폰 사진작가과정 강사, 영통종합사회복지관, 수원시근로자종합복지관, 분당노인종합복지관 DSLR반 강사

새로운 것을 위해 이전의 것이 어떻게 바뀌고 사라져가는지에 대해 관심을 가지다 보니, 10여년 동안 ‘개발’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다큐멘터리 작업을 진행하였다. 대학원 석사, 박사과정에 재학하면서, 사진교육에 관심이 많아져, 아이들부터 노인까지, 사진기를 통해 세상 보는 일에 호기심을 보이는 이들과 꾸준히 공동 작업을 하고 있다. 최근 몇 년 동안은 스마트폰으로 주변을 기록하는 데에 흥미를 느껴 몇 번의 스마트폰 사진전도 열었다.

개인전
2017 A Life - 여성미래센터 Herstory Hall
2016 옥바라지 - 책방이음&갤러리
2016 A Crack_틈 - 이정아 갤러리
2015 투영_A Window of A Bus - 이정아 갤러리
2014 화마_포이동 재건마을 이야기 - 오픈갤러리 아지트
2014 Improvisation - 문래예술공장 3층 포켓갤러리
2014 행궁동.네 - 대안공간 눈
2014 두리반. 발칙한 농성장 531일간의 기록 - 책방이음&갤러리
2012 A Wall - 가빈 갤러리
2009 포이동266번지 - 상명대학교 예술디자인센터 갤러리 I관

기획전
2014 '서울의 인권을 여행하다' 서울인권콘서트 - 서울 시민청
2014 산드래미, 담다 - 매탄4동 주민센터 산드래미 갤러리

단체/그룹전
2017 다큐경기 수원오산의왕 '3년간의 기록전' - 청계천 광교갤러리
2016 다큐경기 '길 위의 오산' - 꿈두레도서관 / 오매갤러리
2015 "안녕하세요!" 서수원 지역연구 아카이브 전시 - 커뮤니티 스튜디오 104
2015 동네야놀자 전 - 수원시미술전시관 2전시실
2015 수원 화성을 걷고 기록하다 2015 - 행궁동 커뮤니티아트센터 2층
2015 '기록' 展_기억의 잔향 - 이정아 갤러리
2015 경기문화예술신문 기획전 - 나눔 전 - 대안공간 눈
2015 416 세월호 참사 기억 프로젝트 1 <아이들의 방> - 416기억전시관
2015 세월호,304인의작가가다가서다 ‘망각에저항하기’ - 안산문화예술의전당 1?2전시실
2015 내가 일기를 쓰는 까닭_<한국사진교육학회> 제1회 회원전 - 충무로 이룸 갤러리
2014 "Photo Diary" International Instragram Exhibition Part II - 갤러리 뭉클
2014 휴먼스 오브 월드 국제 사진전_Humans of Cities - 수원화성홍보관 기획전시실
2014 수원 화성을 걷고 기록하다_수.화.기 그룹전 - 행궁마을 커뮤니티아트센터 전시장
2014 "시간의 기억" 2nd 상명포토페어_상명대학교 문화예술대학원 비주얼저널리즘전공 동문전 - 상명대학교 예술디자인센터 갤러리
2012 골목잡지 '사이다' 여름호 발행 기념 전시 - 나남 갤러리
2009 '문래동사람들' - '춤공장' / '포토텔링'
2008 원더 스페이스 The Opening Exhibition - '사이갤러리'
2008 물레아트페스티벌 2008 전시#2 _ '불안' 사진전 - '춤공장'
2008 행궁가는 길 사람들의 어제와 오늘 '한데웃다' 사진전 - 갤러리 '한데우물'
2008 18대 국회의원 선거 사진전 - 상명대학교 예술디자인센터 갤러리 I, II관
2007 대통령 선거 '국민의 선택' 사진전 - 상명대학교 예술디자인센터 갤러리 I, II관
2007 갤러리현 기획초대전 '풍경보다 낯선' : 갤러리 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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