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부터 시작된 나의 작업은 전쟁을 대비한 살아있는 무기, 박제가 된 무기를 담은 풍경 그리고 장난감 무기와 병정으로 구성한 상상의 장면들로 이어진다. 어릴 때 가진 전쟁의 이미지는 영화와 게임 그리고 뉴스 미디어가 보여준 장면들의 조합이다. 나의 성장과 함께 전쟁의 이미지는 대중미디어의 장면들과 함께 자극적으로 변화하였다. 그 장면들 속에 등장하는 무기들은 점점 더 다양해지고, 거대해지고, 그리고 위대해지고 있었다. 새로운 무기를 설명하는 최첨단. 초강력, 초정밀, 초고속, 인공지능, 차세대 혁신형, First-look, first-shot, first-kill 등등의 언어들은 살생의 진화를 설명하고 있다. 나에게 이 상징적 표현들은 인간에서 기계로 대치된 전쟁 영웅을 향하는 숭배와 감탄 그리고 공포를 동반하게 하며, 허구(Fiction)과 사실(Fact)이 모호한 비현실적인 감각만 작동하게 한다.
무기가 관심의 대상이 되고 난 후부터 나의 눈에 생각보다 많은 장소에서 그것들이 보였다. 유심하게 찾아 나선, 전쟁과 평화를 상징하는 오브제가 된 폐무기들은 기존의 자연환경을 낯선 풍경으로 만들어 놓았다. 냉각된 영웅(Frozen Hero) 시리즈는 이러한 풍경들의 수집이었고, 더불어 무기들을 향유하는 사람들의 모습들도 바라보게 되었다. 고속도로 휴게소, 놀이공원, 대학교 캠퍼스, 유원지, 예기치 못한 공터에 놓인 폐무기들은 전쟁과 분단국가의 역사성과 현재성을 재현하려는 듯 보였지만, 그 맥락이 충분하지 않은 장소도 많았다. 한편 다양한 행사장에 전시된 최신무기들은 사람들에게 볼거리나 찍을 거리를 위해 쇼업 ‘SHOW UP' 된 아이템으로 새로운 역할을 하고 있었다. 유희의 인간, 위대한 호모 루덴스들은 무기를 살생이라는 원래 속성과는 상관없이 놀이의 대상으로 호기롭게 소비하는 듯하였다.
냉각된 오브제(Frozen object) 시리즈에서는 전쟁 무기들을 신화화된 영웅 흉상들과 함께 구성하여 가상의 전쟁기념관을 연출하였다. 실재를 흉내 낸 장난감 무기들이, 모형으로 제작된 전시공간 속에서 또 다른 놀이의 형태로 수행된 전시, 기념물로 관람자의 착시를 통해 실제를 연상하도록 하였다. 다만 화이트 큐브(White cube)의 공간 안에 배치된 오브제들을 흰색물감으로 칠하고 흰색 천으로 덮어씌워, 색다른 감각 경험이 작동하여 보는 이의 시선과 흥미가 좀 더 오래 머물도록 유도하였다. 그리고 용산 전쟁기념관에서 빨간 풍선을 들고 작은 손가락으로 V자를 그으며 사진을 찍던 아이를 떠올리며, 부유하는 빨간 풍선들을 그 공간 속에 집어넣었다. 나는 이 빨간 풍선을 통해 이 전시 공간과 기념물들을 관람하고 향유하는 대중의 문화적 행동 양식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자 의도하였다.
[차가운 영웅] 작업은 사실과 허구, 심각함과 가벼움, 현실과 환상 두 갈래의 표현 방식을 통해 전쟁 이미지에 대한 나의 양립 불가능한 아이러니를 시각장으로 꺼내고, 차가운 금속 기계들로 전환된 전쟁 신화를 향한 두려움을 표현하고 싶었다.
[차가운 영웅] 작가노트 임안나
2010년부터 시작된 나의 작업은 전쟁을 대비한 살아있는 무기, 박제가 된 무기를 담은 풍경 그리고 장난감 무기와 병정으로 구성한 상상의 장면들로 이어진다. 어릴 때 가진 전쟁의 이미지는 영화와 게임 그리고 뉴스 미디어가 보여준 장면들의 조합이다. 나의 성장과 함께 전쟁의 이미지는 대중미디어의 장면들과 함께 자극적으로 변화하였다. 그 장면들 속에 등장하는 무기들은 점점 더 다양해지고, 거대해지고, 그리고 위대해지고 있었다. 새로운 무기를 설명하는 최첨단. 초강력, 초정밀, 초고속, 인공지능, 차세대 혁신형, First-look, first-shot, first-kill 등등의 언어들은 살생의 진화를 설명하고 있다. 나에게 이 상징적 표현들은 인간에서 기계로 대치된 전쟁 영웅을 향하는 숭배와 감탄 그리고 공포를 동반하게 하며, 허구(Fiction)과 사실(Fact)이 모호한 비현실적인 감각만 작동하게 한다.
무기가 관심의 대상이 되고 난 후부터 나의 눈에 생각보다 많은 장소에서 그것들이 보였다. 유심하게 찾아 나선, 전쟁과 평화를 상징하는 오브제가 된 폐무기들은 기존의 자연환경을 낯선 풍경으로 만들어 놓았다. 냉각된 영웅(Frozen Hero) 시리즈는 이러한 풍경들의 수집이었고, 더불어 무기들을 향유하는 사람들의 모습들도 바라보게 되었다. 고속도로 휴게소, 놀이공원, 대학교 캠퍼스, 유원지, 예기치 못한 공터에 놓인 폐무기들은 전쟁과 분단국가의 역사성과 현재성을 재현하려는 듯 보였지만, 그 맥락이 충분하지 않은 장소도 많았다. 한편 다양한 행사장에 전시된 최신무기들은 사람들에게 볼거리나 찍을 거리를 위해 쇼업 ‘SHOW UP' 된 아이템으로 새로운 역할을 하고 있었다. 유희의 인간, 위대한 호모 루덴스들은 무기를 살생이라는 원래 속성과는 상관없이 놀이의 대상으로 호기롭게 소비하는 듯하였다.
냉각된 오브제(Frozen object) 시리즈에서는 전쟁 무기들을 신화화된 영웅 흉상들과 함께 구성하여 가상의 전쟁기념관을 연출하였다. 실재를 흉내 낸 장난감 무기들이, 모형으로 제작된 전시공간 속에서 또 다른 놀이의 형태로 수행된 전시, 기념물로 관람자의 착시를 통해 실제를 연상하도록 하였다. 다만 화이트 큐브(White cube)의 공간 안에 배치된 오브제들을 흰색물감으로 칠하고 흰색 천으로 덮어씌워, 색다른 감각 경험이 작동하여 보는 이의 시선과 흥미가 좀 더 오래 머물도록 유도하였다. 그리고 용산 전쟁기념관에서 빨간 풍선을 들고 작은 손가락으로 V자를 그으며 사진을 찍던 아이를 떠올리며, 부유하는 빨간 풍선들을 그 공간 속에 집어넣었다. 나는 이 빨간 풍선을 통해 이 전시 공간과 기념물들을 관람하고 향유하는 대중의 문화적 행동 양식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자 의도하였다.
[차가운 영웅] 작업은 사실과 허구, 심각함과 가벼움, 현실과 환상 두 갈래의 표현 방식을 통해 전쟁 이미지에 대한 나의 양립 불가능한 아이러니를 시각장으로 꺼내고, 차가운 금속 기계들로 전환된 전쟁 신화를 향한 두려움을 표현하고 싶었다.
임안나 소개글
《불안의 리허설》,《차가운 영웅》,《화이트 베일》등의 시리즈 작품으로 15회 개인전과 50회가 넘는 국내외 기획 그룹전에 초대되었다. 미미크리(mimicy)로서의 사진적 행위에 관심을 가지고, 실제가 유발하는 상상, 공상, 연상 이미지 구현을 위해 연극, 영화, 회화 등 타 장르의 표현 방식과 사진기술을 접목하고 있다. 작품활동을 통해 코리안 아티스트 프로젝트 작가(2017), 수림 사진 문화상(2014), 신진여성 문화인상(2013), 소버린 예술재단 아시아 30인 작가(2012), 퍼블릭 아트 4070 프로젝트 작가(2012), 뉴욕 Gallery Korea 올해의 젊은 작가(1999)에 선정되었다. 출판물로는 『차가운 영웅』,『Frozen Objects』, 『White Veil』사진집과 번역서인 『사진을 비평하는 방법』 이 있다. 상명대학교에서 예술사진을 캘리포니아 주립대학교에서 혼합매체와 사진을 전공하고, 홍익대학교에서 연극 사진의 내러티브에 관한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