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한 남자가 카메라 쪽을 보고 있고 벽에는 마네킹이 걸려있는 흑백사진이 있다. 어디에도 초점이 맞지 않고 카메라는 살짝 기울어 어쩐지 불안해 보인다. 게다가 생뚱맞게 벽에 걸린 발 없는 마네킹은 또 뭘까? 마네킹이 장식물처럼 벽에 붙어있는 것도 이상하고, 한쪽 팔이 떨어져 나간 것도, 남자의 자세나 표정도 기이하다.
부족한 광량, 필름사진의 저해상도, 카메라의 흔들림은 이런 기이함을 뭔가 더 부조리하고 비밀스러운 상황으로 이끈다. 촬영 장소 표기도, 사진을 설명하는 글도 없어 여기가 어딘지 이 사람이 누군지 알 수 없다. 작가는 조명장비와 적합한 감도의 필름과 렌즈 등을 미리 준비해온 사진가가 아니라 여기 우연히 있게 된 것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