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사람 사는 공간의 햇빛과 풍경을 가린다는 이유로 거실 창 가까이 줄지어 서 있는 메
타세쿼이아들이 과격하게 가지치기를 당했거나 아예 둥지가 잘려 나갔다. 지금은 나무의 흉해진
모습 뒤로 먼 풍경까지 훤히 보인다. 사람의 필요에 의해서 심어지고 사람의 또 다른 필요에 의
해서 베어지는 사람의 나무여,
사람은 나무에게서 수많은 물질적 유용함을 얻어내고, 심리적으로는 미적 즐거움과 위안을
받는다. 그리고 자연의 변화에 순응하는 나무의 존재 방식을 우리의 삶에 투영시켜 인생의 의미
를 찾기도 한다. 나무의 잎이 떨어지는 모습을 통해 우리의 삶 또한 일시적이며 유한함을 알게 해
주고, 봄에 싹을 틔우며 다시 무성해지는 모습은 죽음에서 살아 돌아오는 강인한 생명력을 본받
게 한다. 나무의 이런 유용함과 상징성은 사람의 곁에 항상 두고 싶어 하는 이유일 것이다. 우리
는 어디서든 실제 나무, 플라스틱 나무, 이차원에 재현된 나무 이미지 등 무수한 나무를 볼 수 있
다. 사람이 조성하거나 만든 수많은 나무에 둘러싸여 있는 우리는 너무나 일상적이어서 때로는
그 존재를 의식하지 못할 때도 많다.
일상의 사물이나 도시의 풍경에 관심이 많은 나는 자연 속의 아름답고 경외의 대상으로서의
나무보다 도시 속의 나무에 마음이 더 이끌린다. [사람의 나무]는 우리 주변에 있는 나무의 모
습이다. 나무를 대상화하여 세계를 확장하려는 동물성의 인간과 주어진 세계를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제 자리를 마련하는 식물성인 나무가 한 프레임 안에 공존한다. 사람도 개인적 차원에서
는 나무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사람이 언제 어디서 태어날지의 자유가 없듯이 도시 속의 나
무도 열악한 환경 속에 심어지길 원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나무는 그 운명을 직시하며 끝까지
이어 나가는 선택을 한다. 그런 나무처럼 살고자 하는 무의식의 소망이 담긴 [사람의 나무]는
나무 ‘다시 보기’이자 삶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