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가끔 흑백사진을 접합니다. 컬러 사진은 사실적인 반면 흑백사진은 초현실적이고 앤티크한 분위기에 많은 이들이 매력을 느낍니다. 이런 점 때문에 흑백사진을 직접 만들어 보고 싶은 마음이 생기기 마련인데, 디지털 카메라를 쓰는 사람이라면 간단하게 흑백으로 바꿀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디지털 카메라의 흑백 모드나 포토샵에서 흑백전환하는 것으로는 은염입자가 뿜어내는 깊고 풍부한 톤과 아날로그 특유의 질감을 얻기 힘듭니다. 그래서 이 책에서는 디지털 흑백사진에 대해서는 다루지 않고 오직 필름 카메라로 흑백사진을 촬영하고 현상, 인화하는 것과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와 고민거에 대해 다루고자 합니다.
디지털 카메라와 온라인 이미지가 풍요로운(?) 시대에.. 왜 흑백사진을, 그것도 아날로그 방식으로 고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것은 바로 ‘손맛’ 아닐까 싶습니다. 디지털 카메라로 촬영된 0 과 1 로 이루어진 이미지를 컴퓨터로 옮겨 포토샵으로 처리한 다음 인터넷에 올리면, 사진의 ‘실체(?)’를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상태에서 오는 허전함이 생깁니다. 물론 이 점에 동의하지 않는 분도 있겠지만 적어도 저는 그런 느낌입니다.
어쩌면 이 책이 필름을 쓰는 사람들뿐 아니라 디지털 카메라 유저에게도 필요하리라 생각합니다. 또한 디지털에서 필름으로 전향(?)하려는 사진가와 양쪽 모두를 다루는 사람에게도 사진의 기본적인 원리를 이해하고 활용하는데 유용한 정보가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다만 오랜 세월동안 흑백사진에 몸 담으셨던 여러 선배 사진가에 비해 여러모로 경험이나 지식이 부족한 제가 이런 책을 낼 수있게 된 기회가 반가우면서도 한편 조심스럽고 또 부끄럽습니다.
봄을 입은 남산이 보이는 암실 옥탑방에서.. 김도한
맺음말
디카의 엄청난 보급으로 그야말로 누구나 쉽게 사진을 할 수 있게 되어 사진인구가 급격히 늘었습니다. 반면 전체 사진인구 대비 아날로그 흑백사진 인구는 극소수가 되었지요. 하지만 희망적인 것은, 이전까지는 비싼 가격 때문에 필름 카메라의 구입이 어려웠지만 디카의 보급 덕분에 필카 가격이 바닥을 치면서 잠재적이었던 구매자의 구입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물론 고급 카메라는 그런 분석과는 상관없습니다만..
이렇게 필카의 사용자가 늘게 되면서 모니터를 보면서 마우스로 리터칭하는 것이 체질에 맞지도 않고, 시큼한 약품 냄새를 맡아가며 빨간등 밑에서 손으로 사진을 뽑아내는 귀찮은(?) 짓이 오히려 즐겁다는 이도 덩달아 생겨나고 있습니다.
또한 디카로 시작한 분들 중에 필카, 특히 흑백사진에 궁금증을 한 번이라도 가져보지 않았다면 양심(?)에 거짓말을 하는 것이리라 조심스럽게 추측해봅니다. 다만 단순한 호기심으로 접근하기에는 흑백사진 관련 장비 구입, 작업 환경 조성 등의 여러 가지 요인 때문에 부담스러워 처음부터 포기하는 분들도 많다는 점도 고려해야 하겠지요.
누구의 말처럼 디지털 사진의 홍수 속에 흑백사진을 한다는 것은 어쩌면 시대착오적인 발상일 수도 있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날로그 흑백사진은 소수의 마니아(암실폐인?)들에 의해 계속 사랑받고 있습니다. TV가 나왔을 때 “극장은 사라질 것이다.” 라고 했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것처럼 아날로그 흑백사진도 디지털 사진의 홍수에 떠밀려 사라지지 않고 오히려 인간적인 향수와 빠른 시대의 변화 속에 느림에 대한 진정한 아름다움을 선사할 것이라고 저는 굳게 믿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어느 비 오는 가을 밤에.. 김도한
작가소개
김도한
사진 기술자, 삽화가, 농부, 사이클리스트
경남 사천, 초등학교 교사의 아들로 태어났다. 고등학생 때 동네 현상소에서 일하는 형에게서 사진을 배웠다. 미술대학 다닐 때 암실작업을 처음으로 해봤다. 디자인 회사에 잠깐 다니다가 사진을 하고 싶어 그만두고 진주에서 사진카페를 했다. 같은 시기에 대학원에서 미술사와 미학을 공부했다. 수료 후 아는 사람 하나 없는 서울 대학로에서 사진카페 “AmsiL”을 열었다. 몇 년 후 충무로로 옮겨 흑백사진 전문 작업실 “studio AmsiL”을 지금까지 하고 있다. 사진작업과 드로잉을 쉴 땐 자전거를 열심히 타고 틈틈히 농사도 배우고 있다.
2002 - 2014 현재 studio AmsiL 실장 2006 - 2014 현재 이화 여자 미디어 고등학교 사진 강사 2003 국립경상대학교 교육대학원 미술교육 석사과정 수료 1998 국립경상대학교 사범대학 미술교육과 졸업
개인전 2014 Dr.AmsiL의 흑백사진 만들기 [이룸, 서울] 2008 Vivid of 'Fractal' 자기유사분열 [이룸, 서울] 2007 Flux of 'Rendez-vous' 조우 [아트비트, 서울]
책 2014 Dr.AmsiL의 흑백사진 만들기 [studio AmsiL] 2010 윤미네 집, “마이와이프” 편 인화 [PHOTONET]
목차
목차
머리말 - 010
퀵 가이드 - 012
1. 카메라 016 1-1. 점검과 수리 018 1-2. 선택과 구입 029
2. Dr.AmsiL의 카메라 038 2-1. 자전거 타면서 사진 찍기 038 2-2. 예쁘고 멋진 카메라 - 047 2-3. 카메라 종결자 - 055
3. 필름 058 3-1. 종류 058 3-2. 감도 060
4. Dr.AmsiL의 흑백필름 진단 068 4-1. 중감도 필름 069 4-2. 고감도 필름 079 4-3. 저감도 필름 091 4-4. 초고감도 필름 0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