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6 - 월간사진 2019년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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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천문학(Urban Astronomy)>








                 상징적 상상력                                                  미분에서 적분으로

                 어쩌면 기분 탓일지도 모르겠다. 신병곤이 <도시미분법>을 발표한 시점부터 마천루의            도시와 건물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신병곤의 연작을 통해 인간 감각에 관해서도 생각
                 절단면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진작품이 우후죽순 등장하는 느낌이다. 잠시 책을 접             해 볼 수 있다. 먼저, 점처럼 보이는 ‘풍경 조각’을 모아 하나의 거대한 구조물을 제작한
                 고, 스마트폰 SNS 애플리케이션에서 ‘도시’ 관련 해시태그를 검색해본다. 너나 할 것         <도시천문학>에선 ‘우리가 기억을 저장하는 방식’을 읽을 수 있다. 일상에서 우리는 반
                 없이 강남대로와 세종대로 한복판에서 <도시미분법>과 비슷한 결의 사진을 찍고 있음            짝이는 ‘순간’만을 기억하지, 세세한 내용은 무의식 저편 은밀한 곳으로 밀어낸다. 이
                 을 알아챌 수 있다. 고층 빌딩 단면들이 중첩된 풍경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도시미분          를 기억해내기 위해서는 시간을 천천히 거슬러 올라가야만 한다. 그런 점에서 이 작업
                 법>은 ‘역사를 증명하는 장치로서의 도시 사진’이 아니다. ‘압축되어 깨어진 공간 이미         은 밤하늘을 보며 추억의 은하수를 헤엄치듯, 도시 불빛 아래에서 ‘나의 도시’를 상상하
                 지와 모호하고 비현실적인 공간을 중첩함으로써 도시 공간을 불투명하게 만드는 데’             고 보여주는 데 방점이 찍혀 있다. 한편, <도시미분학>은 전체를 보지 못하는 인간의 시
                 의의가 있는 작업이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건물이 모여 있는 3차원 공간을 잘게 나누        야를 연상케 한다. 원근감이 제거된 건물의 절단면이 이를 대변한다. 시간이 지나서야
                 어 면으로 ‘미분’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렇게 탄생한 2차원의 도시 파사드는 보는 이로         주변에서 발생했던 일들을 입체적으로 인지하는 것이 인간 아니던가. 하지만 현재를
                 하여금 도시를 재해석 및 재구축하게 만든다. <도시미분법>을 보고 건물 절단면의 재료          사는 우리에게는 모든 사건이 날카로운 단면처럼 다가오는 것이 사실이다. 마지막으로
                 와 질감, 패턴 등에 집중하는 해석을 종종 발견할 수 있는데, 그 요소들은 신병곤 작업         <도시통신학>은 미래의 어느 지점을 상상할 때 시간 및 무게감과 상관없이 사건(혹은
                 에서 그리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다. 거시적인 면에서 보면, 이러한 요소들은 현실의          꿈)이 나열되는 것을 이야기한다. 이는 사건(혹은 꿈)들을 선으로 연결하면 하나의 미
                 앞면과 뒷면을 구분하는 지표로만 작동한다.                                  래가 되는 것과 진배없을 것이다.
                 우리에게 신병곤이란 이름을 각인시킨 작업은 도시 3부작 중 제일 먼저 공개된 <도시           ‘도시 3부작’은 서사가 없다. ‘도시라는 건 복합적 구조체인데, 도시를 다루는 작업이 너
                 미분법>이다. 하지만 기실 도시 3부작의 처음은 <도시천문학>이다. ‘공간의 관계를 다         무 감성적인 것은 아닌지’라는 일종의 심리적 반발이 작동한 탓일 테다. 그래서일까. 그
                 각적으로 탐구하고, 이를 한 장의 사진 안에 압축해 표현’한 것이 인상적이다. <도시천         의 작업에는 광고판과 전깃줄 같은 서사의 곁가지들이 없다. 보는 이가 도시 구조 안에
                 문학>은 ‘천문학이 발전하지 않았다면, 도시의 별빛을 보며 무언가를 상상하는 즐거움           서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이다. 흥미로운 점은 세 개의 작업이 일체가
                 을 경험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생각에서 시작됐다. 천문학에 바치는 연서 또는 헌사라           돼야 상상의 효과가 극대화된다는 것. <도시천문학>과 <도시미분학>, <도시통신학>은
                 고 해도 무리가 없을 것이다. 수백 장의 도시 야경을 조합해 만든 새로운 (건축물 같은)        각각 과거와 현재, 미래를 의미한다. 비록 순서는 다를지라도 점과 선, 면도 발견할 수
                 풍경은 ‘실재 대상에 의해 환영이 만들어지는 과정’에 주목한다. 도시 3부작의 대미를          있다. 미분에서 출발한 작업이 적분으로 옮겨가는 모양새다. 다시 말해, 이들 시리즈 안
                 장식하는 것은 <도시통신학>이다. 도시에 산재해 있는 건물들을 하나의 프레임 안에 병          에서 1차원부터 4차원까지 전부 경험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 안을 유영하며 각자의 방
                 렬화해 건물의 독창성, 창작성(Originality)에 질문을 던지는 것이 작업의 핵심이다. ‘통   식으로 도시를 해석하고 상상하는 것은 온전히 보는 이의 몫이다. 신병곤의 역할은 그
                 신망에 연결된 컴퓨터들이 서로 정보를 주고받는 방법에 관한 규칙’인 프로토콜(또는            저 도시를 해체하고 결합하는 구조를 구축하는 것뿐이다. 도시를 둘러싼 서사에 도용하
                 통신규약)에서 모티프를 얻은 것이다. 도시에 많은 건물이 있지만, 각자의 개성이 사라          지 않고, 그 어떤 개입도 강요하지 않은 채. 당신의 서사 없는 환상을 위하여.
                 졌음을, 그래서 모두가 하나의 건물처럼 보인다는 것을 이야기한다. 사진 위에 과감하
                 게 배치된 선은 도시 건물의 광역화된 모습을 상징한다.
                                                                          신병곤 도시의 구조적인 측면을 바라보는 작업을 한다. 이동훈, 임다윤과 함께 사진가 그룹 ‘소셜 포
                                                                          토(SOCIAL PHOTO)’를 조직했다. 주로 문화 잡지와 건축 분야에서 일한다. 4월 19일부터 6월 23일
                                                                          까지 김중업건축박물관에서 열리는 <공간기억>에 참여한다. www.plutosh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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