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3 - 월간사진 2019년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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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OUL











                                 봄에 어울리는, 볼 만한 전시가 한국을 찾았다. 미국, 유럽을 돌고 한국에 막 상륙한, 후지필름과 매그넘의 공동 전시다.
                               ‘홈(home)’이라는 같은 주제로 두 개의 전시가 각기 다른 장소에서 열린다는 점이 흥미롭다. 서울 후지필름 X갤러리에 가면
                             코스 메뉴를 맛보듯 매그넘 작가들이 풀어내는 총 20편의 촬영 스토리 영상을 여유롭게 감상할 수 있고, 부산 고은사진미술관에
                                   가면 뷔페 레스토랑에 온 듯 다채로운 사진들로 포만감을 느낄 것이다. 두 전시 모두 오는 5월 8일까지 진행된다.
                                                                 글 | 박현희(편집장) · 디자인 | 전종균





                 을 촬영했다. 각자의 장소적 애착과 삶에 대한 이야기들이 골고루 섞여 있다. 180여 점        는 후지필름 X갤러리에 가면 좀 더 편안하고 느슨한 자세로 다채로운 영상을 감상할 수
                 에 달하지만, 지루하지 않게 감상할 수 있는 이유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적인 것은 엘         있다. 이곳에서는 하나하나 천천히 제공되는 코스 메뉴를 맛보듯 여유로운 느낌이 든
                 리엇 어윗의 작품이다. 강아지를 등장시킨 위트 넘치는 사진으로 유명한 엘리엇 어윗            다면, 부산 고은사진미술관 전시는 각기 다른 메뉴가 즐비한 뷔페 레스토랑에 비유될
                 은 놀랍게도 자신의 프라이빗한 아파트 내부를 공개했다. 뉴욕 센트럴파크 공원이 한            수 있을 것 같다. 다양한 시각적 즐거움  덕분에 이내 포만감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눈에 내려다보이는 아파트에서 자신의 반려견과 교감하는 장면, 스태프들과 작업실에             여기에는 작가별로 차별화된 디스플레이가 한 몫 한다. 사진 크기는 물론, 프레임, 배치
                 서 일하는 모습이 흑백사진 속에 친근하게 담겨 있다. 90대에 접어든 노령의 사진가가          어느 것 하나 같은 것이 없다.  그중에서도 알렉스 웹은 매우 뜻밖의 사진을 보여준다.
                 일상을 어떻게 살아가는지, 그의 동선을 따라가며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우리가 익히           그동안 전혀 시도하지 않았던 가로로 긴 파노라마 형태의 정적인 사진이 눈길을 끈다.
                 알고 있는 유명 사진가가 그들이 지닌 기존 스타일을 벗어나 새로운 것을 보여줬을 때           어릴 적 부모님과 함께 살았던 코드곶 해변을 감성적으로 표현했다. 줄곧 대형 포맷을
                 느끼는 ‘신선함’이 이번 전시의 두 번째 관람 포인트다.                          고집하는 알렉 소스 역시 기존 스타일을 버리고, 출퇴근길에 마주하는 풍경들을 아주
                                                                          작은 사이즈의 액자에 담아냈다. 한마디로 골라 보는 재미가 있다.
                 서울, 부산, 따로 또 같이                                          16인의 다채로운 사진들을 두루 만나려면 충분한 시간을 두고 전시장을 찾을 것을 권
                 이번 전시에서 가장 돋보이는 점은 서울과 부산 두 곳을 연계해 기획한 전시라는 점이           한다. 두 곳에서 열리는 전시 모두 진행 기간이 동일하며, 관람료 없이 누구나 자유롭게
                 다. 서울 압구정동에 위치한 후지필름 X갤러리에서는 영상과 사진책을 볼 수 있고, 부          입장할 수 있다.
                 산 고은사진미술관에서는 180여 점의 사진을 만날 수 있다. 총 20편의 영상을 선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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