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8 - 월간사진 2019년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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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 무드를 타고
제1차 남북정상회담
렵사리 평양에서부터 평양냉면을 가져왔습니다. 대통령님께서 좀
2018년 4월 27일 어
편한 마음으로 평양냉면, 멀리 온... 멀다고 말하면 안 되겠구나. 좀
맛있게 드셨으면 좋겠습니다.
긴장감이 돌았던 회담장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만든 김정은 위원장의 농
담이다. 과장을 조금 보태자면 그의 발언은 남북 평화무드 조성에 기여(?)
했고, 우리나라에 평양냉면 붐을 일으켰다. 아마 겨자와 식초는 평양냉면
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하던, ‘평냉부심’ 부리던 사람들에게는 날벼락 같
은 소리로 들렸을 것이다.
각설하고, 2018년 4월 27일 11년 만에 남북 정상이 만났다. 평창 동계올림
픽에서 뿌린 꽃씨가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싹을 틔운 것이다. ‘제1차 남북
정상회담’은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핵 없는 한반도 실현’이라는 공동의 목
표를 확인한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날의 하이라이트는 남북 정상이 손을
잡고 군사분계선을 넘나든 것. 문재인 대통령이 “김 위원장은 남측으로 오
시는데, 나는 언제쯤 넘어갈 수 있을까요?”라고 묻자 김정은 위원장이 “그
럼 지금 넘어가 볼까요?”라고 하며 문 대통령을 북측 구역으로 이끈 건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다.
언제 어디서든 격식 없이 만나 서로 머리를 맞대고 민족의 중대사를 논의
하자던 약속은 한 달 만에 지켜졌다. 5월 26일 판문점 ‘통일각’에서 두 번째
회담을 개최된 것. 이후 9월 18일 평양에서 세 번째 정상회담이 열렸다. 북
한과 미국의 관계도 변화했다.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만난 것. 하지만 미국과 북한의 허니문 기간은 예상
보다 일찍 끝났다. 지난 2월 27일 베트남에서 열린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양측의 합의가 결렬됐기 때문이다. 게다가 3월 15일,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은 “북한이 비핵화 협상을 중단할 수도 있다.”라고 말해 북미 간 비핵
화 협상이 전환점을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3월 세종문화회관미술관에서 <제55회 한국보도사진전>이 열렸다.
2018년 최고의 이슈라고 할 수 있는 남북 평화무드를 반영하기로 한 듯 이
번 전시는 ‘평화, 다시 하나로(Peace and Reunion)’라는 제목 아래 진행됐
다. 지난 한 해 동안 사진기자들이 사건·사고 현장을 묵묵히 지키며 취재한
사진 중 140여 점을 선별해 선보였다. 특히 ‘남북정상회담’을 주제로 한 전
시는 관람객들을 역사의 현장 한 가운데로 초대한 자리였다.
친구 간의 평범한 일상처럼
<선을 넘는 제안>
남북은 이렇게 만나야 합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군사분계선(MDL)을 넘어온 김정은 국무
위원장의 손을 잡고 군사분계선 북측 지역으로 넘어갔다.
이는 앞서 김 위원장이 남측으로 넘어온 뒤 문 대통령의 "나
는 언제쯤(북으로) 넘어갈 수 있을까요"라는 물음에 "지금
넘어가 볼까요"라고 깜짝 제안해 이루어졌다.
- 허문찬 기자(한국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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