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8 - 월간사진 2019년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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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 없는 밤 사 진가 주용성은 견고하게 작동하는 줄 알았던 국가와 사회 시스템이
한순간에 붕괴하는 모습을 바라보며 처참함을 느꼈다고 한다. 무작
정 현장을 찾아갈 용기도 없었지만 그저 동시대를 살고 있는 사람으로 세
주용성 월호의 이야기를 남겨야 한다는 마음으로 촬영을 시작했다.
현장 분위기는 어떠했을까. 참사가 일어나고 어느 정도 시간이 경과한 뒤
그는 진도의 팽목항으로 향했다. 평소에는 더없이 고요했을 팽목항이지만
세월호 이후 새벽만 되면 컴컴하고 어두운 항구에서 바다를 향해 눈물을
흘리던 사람들의 소리와 흐느낌을 매일매일 들었다고 한다. 작가는 그런
슬픔의 소리를 들으며 그 순간의 감정들을 사진으로 남기려고 했다. 그의
사진은 담담하게 이야기를 남기고자 했던 바람과 같았다. 잔잔한 바다의
모습과 참사 후 남겨진 공간이나 사람들의 모습들은 아픔과 슬픔을 직접적
으로 보여주지 않으면서도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을 전달한다. 당시 언
론사들의 과열된 취재 경쟁은 피해자와 유가족이 받을 상처를 고려하지 않
은 무책임한 보도들로 이어졌다. 사진이 사회적 인식 변화에 단초가 될 수
있지만, 비윤리적으로 촬영된 당시의 많은 사진들은 오히려 깊은 상처를
만들고 말았다. 그가 기록한 참사 이후의 모습은 어쩌면 낯설게 느껴질 수
도 있다. 그의 사진들은 동시대를 살아가는 하나의 시선으로 담담하게 담
은 것들이다. 소리 없는 밤, 고통의 기억들을 말이다.
단원고, 2016. 01. 12
광명시, 2015. 04. 04
팽목항, 2014.10. 4
세월호 기다림의 버스를 타고 진도 팽목항을 방문한 사람들이
팽목항 등대 앞에서 열린 추모문화제에 참석해 눈물 흘리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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